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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고 발생(發生)

‘움트다’라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있다. ‘움’은 새싹을 가리키는 말이다. ‘트다’는 나와 자라며 올라오는 동작을 지칭한다. 그러니 ‘움트다’는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메마른 겨울 숲의 정적을 뚫고 싹이 일어나는 그런 조용한 소리를 떠올리면 좋다. 실제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만, 그럼에도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숨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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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의 불우(不遇)

북부 중국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뚜렷한 경계를 이루는 산맥이 하나 있다. 서쪽의 황토 고원지대와 동쪽의 화북 평원을 가르는 곳이다. 그 이름은 태항산(太行山)이다. 험준한 그 산을 늙은 말이 오르고 있었다. 소금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면서 말이다. 다리는 자꾸 접혔으며 말굽은 갈라지고, 땀은 흥건하게 몸을 적셨다. 그래도 말은 높고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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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兆朕)에 미리 대비하라

이 ‘조짐(兆朕)’이라는 단어 뜻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타나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사물이나 현상이다. 굳이 풀 필요도 없을 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한 단어다. 그러나 왜 두 글자의 조합이 그런 뜻을 얻었는가를 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앞의 兆(조)라는 글자는 億(억)보다 큰 단위라는 뜻이다. 특히 돈을 헤아리는 단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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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淸廉)의 덕목이 필요한 이유

물이 맑고 깨끗하면 우리는 淸(청)이라는 글자를 떠올린다. 그를 활용해 만든 단어의 하나가 淸廉(청렴)인데, 뒤의 글자 廉(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그저 ‘청렴하다’ ‘깨끗하다’의 새김으로만 받아들인다. 원래 그랬을까. 의문이 슬쩍 찾아드는 글자다. 이 글자는 원래 건축에 관한 용어다. 집을 지을 때 한 건물의 가장자리, 즉 변(邊)을 가리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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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빗발, 그리고 雨脚(우각)

나이 50이 넘어 초로(初老)의 길에 들어선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년)는 만년이 초라했다. 겨우 집 하나를 얻은 게 그의 ‘초당(草堂)’이다. 띠를 가리키는 茅(모)로 얼기설기 지은 집이다. 지금 쓰촨(四川)의 청두(成都)에 있는 ‘두보 초당’은 후대 사람들이 그를 기념코자 만든 것이다. 그 초당의 지붕이 거센 비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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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바다 먼 바다, 해양(海洋)

‘바다’가 등장하는 아주 멋진 명구가 있다. 진시황(秦始皇)을 도와 중국 전역을 제패한 인물 이사(李斯 BC284~208년)의 명언이다. 그는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라는 내용의 ‘축객령(逐客令)’을 내리자 그를 제지하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린다. 그 안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태산은 다른 곳의 흙을 물리치지 않아 그 거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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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여름, 그리고 夏(하)

여름은 더위의 대명사다. 그런 무더운 여름 피하는 일이 피서(避暑)다. 暑(서)라는 글자가 궁금해진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키는 日(일) 아래 사람을 지칭하는 者(자)가 붙었다. 이렇게만 보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고대 초기 한자 흐름에서 이 글자는 액체 등을 끓인다는 뜻의 煮(자)라는 글자 모습으로 먼저 나온다. 따라서 暑(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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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秋)

어느덧 가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후줄근하게 땀이 차오르고는 했던 한 여름의 무더위가 이제는 성큼 물러선 느낌이다. 낮에는 제법 더워도 조금 높아진 하늘 저 먼 곳을 떠돌고 있는 가을이 살며시 느껴진다. 더위 비키니 다가오는 것은 추위다. 그 시작이 곧 가을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해’라고 한다. 한자로는 연(年)·세(歲)라고 적는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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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은 우선 날씨가 좋다. 북반구 지역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하늘은 맑고 높다. 기운은 서늘해서 사람들이 활동하기에 알맞다. 습도가 내려가면서 마른 기운이 자리를 잡으니 피부에 닿는 느낌이 우선 좋다. 중국에서는 秋高氣爽(추고기상)이라는 성어로 표현한다. 가을 하늘의 높고 맑음, 그 기운의 상쾌함을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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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의 전령사, 단풍(丹楓)

어느 한 궁녀, 어느 한 서생(書生). 궁에 오래 갇히다시피 살았던 궁녀는 맑은 가을날 빨간색 낙엽에 글귀를 끼적인다. 궁녀로서의 답답한 삶을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이어 궁궐 해자(垓字)의 물에 띄워 보낸다. 해자 주변을 서성이던 서생은 그를 우연히 주워 읽는다. 역시 낙엽에 감상을 적어 물에 띄운다. [한자 그물로 중국漁 잡기] ⑪ 단풍(丹楓)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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